눈이 내리면 / 藝香 도지현
하얗게 눈이 내리면
당신과 손잡고 눈길을 걸어보고 싶어
눈이 얼마나 희고 순수한지
당신의 흐릿해진 망막에
잔상으로 남겨두었으면 좋겠어요
누구도 지나가지 않은 눈길을
당신과 둘이 걸으며
사그락사그락하는 눈 밟는 소리
가슴에 영원히 새겨 두어
눈 감는 날까지 두고두고 얘기하고 싶어요
사그락사그락하는 소리 들으며
우리들이 살아온 소소한 일들을
도란도란 얘기 나누기도 하고
얼마 남지 않은 살날이지만
생명이 있는 날까지 기러기처럼 살고 싶어요.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남편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