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마트 폰의 변신 소고(變身小考)
뜬금없이 반세기 전의 우리들의 학창시절에 어떻게 의사전달을 했을가하는 생각에 이르면서 별의 별 해프닝
이 연상되면서 묘한 웃음조차 인다
아버지 심부름으로 10여리 밖 할머니댁에 다녀 오지 않으면 안 되었든 짜증스런 기억이 그랬다. "바쁜 일이
생겨서 열흘 뒤에 꼭 찾아 뵙겠다"는 지극히 간단한 전언이나 요즘과는 다르지만 독감이 심하니 밖앝 나들이
를 삼가하시라는 문안 비슷한 전갈이었다.
요즘 같으면 스마트폰에 손가락 서너면 놀리면 끝나는 간단한 용건을 위해서 이른 아침에 나서서 초롱초롱한
별빛 올려보며 수 십리 길을 걸었던 어렸을 쩍이 생각난다.
심부름 떠날 때는 아버지 영이 무서워 내색도 못하고 길에 깔린 재갈만 드립다 차 던지며 수 십리길을 용케
찾아 갔지만 자고 가라는 할머니의 잔정도 물리치고 손에 쥐어 주는 삼춘들의 용돈을 소중히 호주머니에 넣
고 돌아 오는 십 여리길이 그리 싫지는 않았다.
읍내 우체국 교환을 통해서 호출되는 전화기는 언감생심 보통민초들과는 어림도 없는 시설이었다
군수나 면장 아니면 경찰서장이나 그 고을에서 내노라하는 지주같은 갑부 아니고는 꿈도 꿀 수 없는 시절이
었으니 말이다.
초중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변함이 없었다. 다만 우체국교환실을 통한 자석식 전화기
다이알식 전화기로 바뀔 때까지도 의사 전달방법은 편지를 보내거나 옛날과 똑 같은 발품팔아 전달하는 원시
적 방법일 뿐이었다.
시쳇말로 보통사람들인 민초에게는 텔레-콤의 중세 암흑시대가 방불했다.
정말 그랬다.
하지만 마치 기적같고 거짓말 같은 현상에 요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내 스스로 감탄할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깜깜한 암흑시대에도 지금과 같은 젊은 이들에게 뒤지지 않을 텔레-콤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지금보다 덜함도 없었고 가슴 떨린 이성과의 교신도 어떠한 교신 메디아도 없이 이루어졌
으니 그 시절을 겪은 내 자신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빨라야 3~4일이 걸린다는 편지로 약속할 수도
없고 옛날처럼 몰래 후배나 짝사랑하는 여학생 동생을 꼬셔 쪽지를 전하는 촌스런 짓은 해 본 적 없는 나는
그때의 노하우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편도 7환짜리 전차값, 10환하는 버쓰값이 아까워 동대문에서 청량리까지 걷는 것은 보통이었다.
한 통화에 5환하는 전화 공중전화를 건다하드라도 상대편에 전화가 있어야 하는 그 시절에 친구에게 연락한
다거나 여자친구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 때 어떻게 연락을 취했는지 도통 기억 나지 않는다.
어찌 되었건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지지 않을 만큼 잘들 만났고 가슴 떨리는 여자친구하고도 불편하지만 그
런대로 서로 연락이 닿아 만나곤 했다.
부모에게 들킬새라 여자가 사는 방문에 돌팽매질하는 일도 없었고 어떤 노래가사마냥 "창문을 열어 다오
그리운 영자야!"하는 낯간지러운 짓거리도 한 적 없지만 서로의 의사전달만은 별 어려움 없이 연락 되곤 했
다
이틀 걸러 동창사무실에 가기 위해서 강남역에 내려 6~7분을 걸어서 강남 지하상가를 통과해야 한다.
한 손에 풀라스틱 음료를 들고 또 한 손에 스마트 폰을 들고 통화하느라 여념이 없고 무슨 불 떨어지는 사연
이 있어 그런지는 모르지만 부지런히 문자 멧시지 찍어대느라 앞사람을 못 보지만 용케 그 복잡힌 지하 상가
를 지나가지만 어쩌다 부디치면 되레 나이 든 어른에게 눈을 부라린다.
하루에 2~3통화도 할까 말까 한 휴데전화기도 내 의사와 전혀 관계없이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큰애한테서 불하받은 Galaxy 2를 쓰다가 4년 전에 Galaxy 5로 바꿨더니 사용자인 내가 설명이나 변명할
겨를도 없이 배터리 에너지가 반나절도 못 되 충전하라는 멘트가 뜨고 내 의사와 별개로 발신이 되어 통화상
태가 되고보니 뜻하지 않은 통신료가 턱없이 부과되어버린다.
"아버님! 고칠 생각 마시고 공짜로 드릴테니 Galaxy 5G로 바꾸시지요"
하긴 요즘에 PC를 접할 기회가 뜸해졌다. 건건히 모바일과 연관되는 분위기에 휩싸이다 보니 애먹이는
내 단말기기가 짜증스러워진데 판에 텔레콤 담당자가 권하는대로 5G Galaxy 10으로 바꿀생각이 들었다.
까짓것 내가 사는 동안 바뀐 최신 기기가 설마 나보다 먼저 탈나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지난 달에 이 말을 들은 친구가 자기 딸이 5G로 바꾸느라 쓰지 않는 2년 된 기기가 있으니 써보라고 가져
왔다. 떨떠름한 기분에도 텔레콤 직원에게 교체를 부탁해서 사용한지 3주가 지났다.
처음 구입할 때의 Galaxy 5 보다 우선 배터리에너지가 24시간 넘도록 무탈하고 "다시시도"라는 성질 돋구
는 멘트가 거의 뜨지 않고 빠른 것이 무엇보다 나를 미소짓게 해 준다
옛 날 아버지 심부름으로 20리 길을 먼줄모르고 다녔고 텔레콤의 암흑시대 속에서도 소통에 어려움이 없었
던 시절에 단련된 우리가 아닌가?
쓸데 없이 100만원이 넘는 5G Galaxy 10에 무산대중인 고령자가 하마터면 소중한 용돈을 낭비 할뻔한 위기
에서 벗어난 다행함과 양도 받은 친구 딸의 중고 단말기의 무탈함에 고마워하며 이 글을 엮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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